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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피란길 임금님이 난생 처음 '목'이라는 생선 맛을 봤다. 시장기에 하도 맛있어 '은어(銀魚)'라는 고상한 이름을 하사했다. 전쟁이 끝나 궁에 돌아가 은어를 시켜 먹었지만 옛 맛이 아니다. 기분이 상한 임금은 "도로(원래대로) 목이라고 하라"고 했다. 지금의 도루묵이다. > > 저축은행 무더기 퇴출 피해자는 서민 > > 저축은행들이 우수수 날아갔다. 저축은행 100개 중 20개가 문을 닫았다. 환부를 도려내는 이른바 '구조조정'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위에서부터 1~5위가 모조리 불량했다고 하니 헷갈린다. 대한민국 5대 저축은행이 모두 엉터리였다니…. 세상이 거꾸로 서 있었나. > > 우량 저축은행들을 족쳐서 허위자백을 받아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드는 까닭은 뭘까. 이성적 셈법이 작동하다가도 왜 씁쓸한 감정 같은 것이 스며드나. 오너들의 파렴치에 화가 치밀면서도 저축은행(업계)들에 측은한 마음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 > 그것은 아마도 언젠가 손에 통장 같은 것을 쥐고 흐뭇한 표정으로 저축은행 문을 나서던 추레한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모른다. 저축은행 무더기 퇴출의 최대 피해자는 말없는 서민, 영세상인들이다. 이번 사태 이후 돈 맡길 곳도, 빌릴 데도 더 줄어버렸다. 1%포인트 더 주는 이자가 너무 값져서, 은행보다 10%포인트 대출이자 더 물어야 하지만 그거라도 다행이라며 저축은행을 찾던 사회적 약자들이다. 저축은행의 총 여신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반으로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으로 갈 돈이 일반 은행으로 몰려 예금이자는 더 떨어질 판이다. 서민들에게 지금 금융환경은 첩첩산중이요, 사면초가이다. > >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서민 호주머니에서 나간 국민 세금 중 또 몇 조원이 이번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저축은행을 키우고 망가뜨리는 데 가세한 사람은 누군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감사원 감사위원, 국회의원, 금융감독원장, 지방경찰청장, 대검 부장검사, 고법 판사, 군 참모총장, 장관, 차관들이 현직 또는 전직으로서 엄호 비호했고 방조 방관했다. 사회계층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는 사람들이 저축은행 오너가 던져준 떡고물, 아니 그것도 못되는 수당 정도를 받고 전방위에서 일꾼 노릇을 해줬다. > > 이제 그들은 꼬리 감추기에 급하다. 서민들의 고통에 책임 있는 그 누구의 입에서도 사과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 몸을 낮춰 석고대죄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낯 뜨거운 줄 모른다. 오히려 오물의 흔적을 지우는 뒤처리를 도모하려는 모양이다. 정책 당국, 감독 당국의 책임자,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명칭을 다시 옛날(상호신용금고)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해야겠다"고 나섰다. > > 피해 서민들에게 정신적 보상은커녕 자존심까지 빼앗아가려 하다니! PB점은 아니더라도 은행이나마 다닌다는 서민들의 으쓱한 기분을 알기나 하는지. 설마 "당신네들 수준에서는 금고면 충분하지!"라는 게 당국자들의 심리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 > 사과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정부·정치권 > > 이름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은 그들도 알 것이다. 10여년 전 감독 당국의 국장 자살로 이어진 정현준 게이트를 비롯한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는 저축은행이 아니라 상호신용금고에서 터졌다.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없애면 의도했든 안 했든 얻는 게 있다. 모든 죄과는 오로지 저축은행 탓이 된다. 공동의 전과 기록이 세탁되고 개똥이가 다 잘못한 것이다. > > 키워서 뜯어먹고 퉤, 퉤 뱉어내고 도루묵! 정권안정을 위해, 정책 편의에 따라 저축은행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써먹고서는 내버린다. 그 바람에 40년을 한눈 팔지 않고 묵묵히 본분을 지켜온 선량한 저축은행들까지 불명예를 뒤집어쓴다. 수천 명의 저축은행 종업원들도 덩달아 개똥이가 된다. 만약 그게 징벌이라면 저열하고 유치하다. 연장 탓하는 서투른 목수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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