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사
 

‘저녁이 없는 삶’에 지친 미국… 젊은 세대 ‘과도한 업무’에 직장 탈출 러시

최고관리자 2016-01-23 (토) 20:07 10년전 202  
청소부부터 의사까지 모든 영역서
 경쟁 치열… 하루 12~16시간 근무

 일-가정생활 불균형 갈수록 심화
 불가피한 사직·이직 선택 강요받아

‘나쁜 업무 문화’ 심각한 사회문제
 대선후보들 ‘지원책’ 공약 잇따라

‘일과 가정의 불균형’이 미국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의 남성들도 좀 더 업무 강도가 낮은 직장으로 옮기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일 ‘유해한 직장 세계(A toxic work world)’라는 제목의 주말판 기사에서 “현재의 직장 문화에서는 자녀가 없는 젊은 사람들만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에서도 “호텔 청소부에서부터 외과 의사까지 하루 12~16시간을 일해야” 할 정도로,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직장인들의 걱정이 늘어나고, 피로 누적에 따른 육체·감정적 소진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공의료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에서 스트레스는 일종의 전염병”이라고 진단할 정도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나쁜 업무 문화(bad work culture)’로 규정하면서 “많은 직장인이 사직이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화의 직격탄을 맞는 집단은 역시 자녀를 둔 여성 직장인들이다. 미국 직장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입 사원의 남녀 성비는 50대 50에 가깝지만, 관리자급으로 올라가면 여성은 10~20%로 확 줄어든다. 이 문제를 집중 연구하는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회장인 앤머리 슬로터는 “이는 개개인의 야심과 자신감 수준, 업무 능력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젊은 남성들도 자발적으로 이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아이린 퍼데빅 (사회학)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와 로빈 일리 (경영학) 하버드대 교수 등이 최근 한 중견 컨설팅 회사의 업무 문화를 공동 연구한 결과, 이 회사의 파트너 직급 여성이 10%에 불과한 것은 회사 경영진이 주장하는 ‘성(gender)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최근 3년간 이 회사를 떠난 직원의 성비는 남녀가 거의 비슷했던 것. 이들에게 퇴직이나 이직 사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성차별이 아니라 “과도한 업무 시간”이었다.

특히 이런 ‘나쁜 업무 문화’는 미국 경제·사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NYT는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여성의 재능을 활용할 기회를 잃게 되는 데다, 사회 공동화를 가속화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근로자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질 높은 탁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녀 모두에게 유급 가족 휴가 및 병가를 허용하고, 초등·중등교육과 유사한 수준의 유아 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NYT는 제안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연방예산안에 질 높은 탁아 서비스를 확대하는 항목을 삽입했고, 2016년 대선 민주당경선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탁아소 확충 등과 같은 맞벌이 부부에 대한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또 유급 가족 휴가를 제공하는 주 정부 중 하나가 뉴저지주인데, 대선 공화당 후보경선에 출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가 이 정책을 시행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우측의 글자를 입력하세요.
hi
이전글  다음글  목록 답변 글쓰기
 
 
ragom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