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후 현금부족 시달려 상속세 700억 5년간 분납
2002년 소버린 사태때에도 수백억 빚 내 경영권 방어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무엇 때문에 5000억원대의 선물투자에 나섰을까?
최태원 회장이 가진 주식 보유액은 10월 말 현재 3조808억원에 이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이어 국내 3위의 주식 부자인 최 회장이 도박에 가까운 선물투자를 벌인 것을 두고,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최태원 회장은 한마디로 '경영권을 위한 주식만 있고, 현금은 부족한' 상황에서 욕심을 내 무리한 선물 베팅을 벌였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 회장은 당시 700억원대의 상속세를 내야 했는데, 현금이 없어 2003년까지 5년간 분납했다. 2003년 해외 투자펀드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입해서 경영권을 위협했을 때는 수백억원의 빚을 내 SK㈜ 지분을 사들였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향후 SK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현금 마련이 더 시급했다. 그는 SK네트웍스 지분 0.08%를 가진 것을 제외하면 그룹 내 이렇다 할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투기성이 강한 선물투자에 계속 집착한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최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선물투자를 통해 100억원대 투자금을 10배로 늘리는 등 성공을 거둔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늘리다 결국 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선물투자 과정에서 최 회장 보유 SK C&C 주식을 담보로 2500억원을 빌리는 등 한때 금융권 대출액만 수천억원에 달했다.
최 회장 등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김원홍(50·중국 체류)씨도 수수께끼 인물이다.
SK해운 고문을 역임했지만 그룹 내에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주 출신으로 증권사를 거쳐 무속인으로 전향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재계에선 최 회장 등은 2000년대 초반 금융 분야 지인들과 어울리다 선물투자에 해박한 김씨를 만난 것으로 본다. 선물투자를 시작할 당시 김씨는 최 회장 등의 돈을 굴려 서너 배 수익을 올리는 등 수차례 돈을 벌었고, 최 회장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는 최태원 회장뿐 아니라 최 회장 가족과도 교류하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