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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놈 ‘사기꾼 조희팔’ 위에 나는 놈 ‘월가’

최고관리자 2016-01-23 (토) 20:00 10년전 196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사업마다 실패를 하던 찰스 폰지는 1920년 우표로 교환하는 쿠폰을 사고파는 사업을 통해 90일 만에 원금의 2배를 벌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삽시간에 4만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물론 충분한 쿠폰이 발행되지 않았고, 폰지는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들을 계속 모았지만 결국 이 사업은 파산하고 말았다.
그 이후, 이 폭탄 돌리기식의 금융피라미드 사기는 ‘폰지사기’라는 이름을 얻었고, 사람들의 탐욕을 자양분으로 어디에서든 자라났다. 1997년 알바니아에서는 전 국민의 약 70%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르는 자금이 폰지사기에 연루되었는데, 사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가 무너지고 내전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2002년에는 작은 섬나라 솔로몬 제도에서도 폰지사기가 시민들의 약탈과 폭동으로 이어졌다.

2008년에는 미국의 유명한 펀드매니저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사기가 월가에 충격을 주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제시하여 수십 년 동안 계속된 그의 사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동시에 환매를 요구하자 발각되었던 것이다. 이 사기로 전세계 금융기관들뿐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까지도 포함된 투자자들은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의 사기수법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2004년부터 다단계 금융피라미드 수법을 통해 5만명에 이르는 투자자들을 유혹했고 무려 4조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혔다. 35%의 확정금리를 약속한 그의 사업은 재테크로 포장되었지만 전형적인 폰지사기였다. 그의 사기는 2009년 결국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그는 경찰간부와 거액의 돈거래를 하고 의혹 가득한 해경의 방조 아래 중국으로 밀항에 성공한다. 그런 그가 중국의 한 호텔에서 이미 사망했다는 발표가 나왔는데 피해자들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은 역시 월가의 고수들이었다. 투기적인 자산시장과 서브프라임대출에 기초한 부채담보부증권(CDO)도 폰지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사기꾼의 감언이설 대신 복잡한 수학모델과 신용평가회사의 도움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복잡한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하면서 그것이 부실해지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파생상품에 큰 베팅을 했다. 판매직원들은 2007년 6억달러나 팔아치운 팀버울프 증권을 쓰레기같은 상품이라 이야기했지만, 경영진은 그것을 최우선적으로 판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폰지나 조희팔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건재하다. 엄청난 돈과 권력으로 금융시스템과 정치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거대 금융기관들은 도덕적 해이로 파산 지경에 이르러도 정부에 의해 구제되며 별 책임조차 지지 않는다. 투자와 투기, 그리고 합법과 사기는 한 끗 차이 같아 보이지만 사기꾼과 월가의 처지는 천지 차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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